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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떼껄룩 170406 수정일상/잡담 2017. 3. 30. 22:49
2017.04.06 아파트 단지에서 보이던 두녀석 콤비 중 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봅니다. 다른 고양이 였는 듯... 어찌 됬건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오늘은 조금은 슬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간간히 블로그 올라왔던 길떼껄룩 두 녀석의 이야기들을 이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이라면 기억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나는 종종 가볍게 걷는 밤 산책을 나가곤 한다. 그 시간 대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분들이 종종 있어, 강아지들을 구경하게 되는 맛이 꽤나 쏠쏠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 시간을 좋아한다. 터덜 터덜 걸으며 밤공기를 마시면서 귀여운 강아지들을 한 녀석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럭키. 그렇지 않더라도 시원한 밤공기로 리프레쉬. 만약에 길고양이까지 만나게 된다면 럭키럭키럭키.
몇 주 전, 아닌 밤 중에 커피우유가 그렇게도 입에 땡기던 그 날. 산책 겸 커피우유도 마실 생각으로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는데 그 날 따라 집 앞 편의점에는 내가 즐겨 찾던 상품이 품절이었다. 그 시간대가 야심한 시각이기에 대개 아파트 단지 내에서만 좀 걷는 편인데 유독 커피우유가 먹고 싶었던 나는 귀찮음을 극복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건너 좀 더 멀리 있는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왜 하필 오늘 품절이었을까 하던 생각도 횡단보도 너머에 보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보이는 대형견(!)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이 있어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닌 대박이었구나 하던 차였다.
앞서가는 강아지를 뒷모습만 바라보기 싫어 조금 발걸음을 빨리해서 앞질러 가서 뒤를 바라보며 뒷걸음질 치며 바라보았다. 아파트단지에서 보기 힘든 대형견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보고 싶었다. 흔히 애견인이라면 자신의 강아지를 다른 누군가가 이뻐해 주면 자신도 절로 으쓱해지고 그런 시선을 반가워하는 편이다. 그 분도 그랬다. 남이 보면 참 이상하게 걷는 사람이였겠지만 그 분이 보더라도 자신의 강아지를 귀여워해서 그리 걷고 있는거니 흡족하셨는지 웃으면서 그 큰 강아지를 컨트롤 해주셨다. 그러던 그 분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언가를 보고 흥분해 달려가려는 강아지를 빠르게 목줄로 제압해 끌어 안으면서 경악에 찬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셨다.
'..뭐지?'
그 분의 놀람과 슬픔이 가득찬 시선의 끝을 나도 따라가보니 그 곳에는 고양이의 시체가 괴로움에 찬 몸짓을 한 채 누워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인도, 그것도 아파트상가 계단 위에 한 아이가 죽어있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두려움과 슬픔이 교차해서 그걸 정면으로 마주보기 참 힘들다. 그 죽음이 사람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생명의 기운이 떠나버리고 차가움만이 남은 자리는 산 자들에겐 근원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 두려움에도 용기내어 재차 고개들어 그 죽은 고양이를 훑어볼 수 밖에 없었다. 어딘가 많이 익숙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설마하는 마음이 요동쳐서 아닐거야라고 확인하고 싶어 몇번이고 시선을 올려 그 고양이의 특징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길고양이였다면 흔한 얼룩고양이의 모습이기에 그 얼룩을 분간하기도 어려웠겠지만, 몇 번이고 먹을 것도 나눠주면서 사진을 찍으며 액정화면으로 수차례 봐왔기 때문에 난 불길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등이 유독 까맣던 두 녀석 중 한 녀석. 그 아이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흔히 길고양이 로드킬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지만 이 아이는 큰 외상이나 출혈의 흔적은 없었다. 시체가 옮겨진 흔적조차도 없었다. 그렇다면 차사고는 아닌 듯 한데, 몸을 말고 얼어 죽은 모습조차도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파트 상가 앞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그 곳 계단 위에 괴로운 듯 몸을 비틀며 마지막 숨을 내쉬었던 걸까. 도무지 짐작가는 사인조차 없었다. 야심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나와 그 견주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지나가는, 아파트 정문입구 바로 옆이라 그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였기에 구청 등의 길고양이 사체처리 연락처를 급히 핸드폰으로 찾아보았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무데도 받질 않았다.
커피우유를 마시겠다는 당초의 목적조차 잊어버린채 죽어버린 그 고양이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 찬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도 그 상황을 머리 속에서 다시금 떠올리며 내가 알고 있던 그 고양이가 아니라는 실낱같은 단서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갈수록 마음만 심란해질 뿐 아무런 수확이 없었고, 차라리 늘 같이 다니던 두 아이들이었으니 다음번에 아파트내에서 그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모든게 명확해 지겠지, 늘 같이 다니는 애들이니까 분명 다음에 같이 보게 될거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리고 오늘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두 녀석이 아닌 오직 한 마리만을 만났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오늘따라 혼자 다니나보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했지만 이후 보여지던 그 아이의 행동은 지난번의 그 안타까운 사건에 쐐기못을 박았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입구에서 마주친 살갑던 그 아이는 이상하게도 이제 사람을 조금 경계하는 눈치였다. 지하주차장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녀석을 조심히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그 아이는 자신과 늘 함께 다니던 다른 고양이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신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구슬피 울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계단 가운데의 구멍을 살며시 내려다보며 울고, 아래로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서둘러 내려가서 둘러보더니 또다시 울었다. 오늘에서야 안거지만 지하주차장 최하층의 계단 밑에 사람들이 챙겨준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추운 겨울날 이 곳에서 둘이서 지낸듯 싶었다. 그 은신처에 혹여 돌아오진 않았나 싶었던지 지하주차장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울었던 것이다.
평소엔 이쁘다며 쳐다보기만 하던 길고양이에게 용기내어 먹을 것을 챙겨주며 정이 붙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한 인연이 사라졌다. 은근히 꾸준히 만나기도 했기에 언젠가는 거리가 많이 좁혀지지 않을까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춘몽과 같이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오늘 만나게 된 살아남은 한 녀석이 눈물나게 반가워서 사진을 찍으려 했었지만, 구슬피 울며 제 친구를 (혹은 형제자매일지도) 찾는 그 모습에 차마 카메라를 들이 댈 순 없었다. 살갑던 아이가 경계심을 보여주고 있어서 괜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도 않았고. 다음에 만났을 때 그 고양이의 경계심이 누그러 질지라도 다시 정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 핸드폰에 남아있는게 그 사라져간 고양이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지울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슬프다. 정을 준 만큼 자의가 됬든 타의가 됬든 언젠가 상처받게 되리란걸 알면서도 사람은 참 바보같은 일을 반복한다. 생각치도 않은 상실의 슬픔에 더더욱 무언가에 정을 준다는 것이 두려워져 겁쟁이가 되어간다.
따듯한 봄볕을 즐기지 못하고 안타깝게 먼저 떠나간 그 고양이가 좋은 곳으로 갔길 기도해본다. 남은 한 녀석도 별 탈 없이 잘 살아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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