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시즈(besiege)게임 이야기/게임 일지 2015. 2. 20. 17:06
아는 분으로부터 나눔받은 얼리엑세스 게임 비시즈. 보통 얼리엑세스 게임들은 잘 안하는 편인데 요새 유독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간단하게는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복잡하게는 대형 공성무기 및 동력기까지 제작할 수 있는 물리 샌드박스 게임. 보통 이런 류가 그러하듯이 플레이 하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정말 엄청난 물건이 나오기도 한다. 유튜브 등지에서 고수들의 제작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 분들이 하는 게임이 정말 나랑 동일한 게임인가 싶을정도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레고라든지 과학상자를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나로서는 그 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상상해 본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설레이는 일이다. 그것이 비록 창작의 고통를 동반할지라도 고통이 깊은 만큼 결과물로부터 느끼는 성취감은 상당하다. 갖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초기형에서 완성형으로 나만의 머신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이란!
맨 처음 시작할 때는 아직 다양한 부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기본적인 전차같은 기계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바퀴를 달아주고 알아서 작동하는 무기를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뚝딱 완성이 되기 때문에 플레이 초기엔 이런 모양이 가장 많이 나왔다.
주어진 미션 목표들도 게임 이름에 걸맞게 대체로 적을 섬멸하거나 건물을 부수는 목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투형 기계들을 고안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바퀴만 달아주는 전차에 질렸을 때 쯤부터 단순한 전차 모양의 기계로는 클리어하기 곤란한 미션들이 등장한다. 지형 높낮이가 있다든지 사방이 적이라든지 그런 사소한 차이만이 추가됬을 뿐인데 기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설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보다 신선한 구조의 기계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건 이때부터다. 포크레인, 살인팽이, 투석기... 각도를 조정가능한 대포 포대 등등, 만들고 부시고 만들고 부시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안정적인 구조의 전차형 기계와는 달리 무게중심이나 부품이 버틸 수 있는 중량 등을 잘 고려하지 않으면 손쉽게 부숴져버리기 때문에 슬슬 머리에 쥐가 난다. 겉으로 보기엔 삐까번쩍하게 만들어 놨더니 작동과 동시에 와그작 되는 상황도 빈번하다. ㅡㅜ... 시운전 중에 부서져도 조립단계엔 고대로 원상복구 된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다가 각종 부품이 자동하는 원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점차 점차 스케일이 커져간다. 위에 스샷은 현재 개발 중인 포대의 사진이다. 피스톤으로 각을 올린 후 발사한다를 구현해보고 싶어서 제작 중이다. 가운데 돌 발사대는 정상 작동하지만 폭탄발사대가 도통 해법이 안보인다.(양 쪽에 두 종류로 만든 것이 바로 내 고뇌의 흔적!) 발사와 동시에 터진다. 끆... 충격에 약한 폭탄을 어떻게 멀리 투척할 것인가. 지렛대를 이용한 투석기에선 문제없이 투척했던 폭탄이 직선으로 발사하는 구조로 만들었더니 이렇게 애를 먹인다. 그렇다고 이 과정이 괴롭나? 아니, 이건 즐거운 고뇌란 것이다.
비시즈를 즐기고 있는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런 모습이다.(내가 이공계인은 아니지만서도... 문과 출신의 뼈대깊은 인문계인이다!) 파지직! 파지직!이 아닌 우지끈! 우지끈! 당하면서도 좀처럼 손을 뗄 수가 없다. 비시즈의 마력이란 이런 것이다. 빈번한 실패는 나에게 좌절감이 아닌 달콤한 성공의 희망을 준다. 성공하고 나면 남들 것과 비교해서 보기엔 하잘 것 없는 기계 일지라도 순전히 내 생각과 내 노력으로 완성된 기계들이란걸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결과물에 정도 간다.
아직은 초기 단계, 개발 중인 얼리엑세스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개선점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중 대표적인 두가지를 꼽자면 첫번째, 부품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여 초심자들이 기본적인 부품 이외에 다른 부품의 기능을 파악하기 힘들다. 대개 이러한 안내는 초기 튜토리얼 미션을 통해 익히기 마련이지만 현재의 비시즈는 특수부품을 사용해야하는 미션에서조차 그 부품을 어떻게 다루는건지 안내 받지 못하고 있다. 미션의 목적과는 관련없는 기계를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이 특수부품의 작동 원리를 깨달을 수 있는데 이 점이 진입장벽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두번째로 만든 기계가 거대해질 수록 물리엔진 버그때문인지 조작단계에서는 멀쩡하던 프레임이 시운전단계에서 심각하게 프레임드랍이 생긴다는 것이다. 시운전 단계의 의의는 조립된 결과물을 작동시켜보고 어느 부분에서 오작동을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프레임 드랍으로 인해서 망가지긴 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어긋난 건지 파악할 수 없다면 그 기계는 결코 완성시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 공들여 만들던 기계였는데 중도에 내 의지가 아닌 게임 문제로 개발을 포기해야 된다면 그만큼 찝찝한 것도 없다. 과장 조금 보태서 뒷간에서 큰일 보고 휴지로 안 닦은 기분이다... (마지막 스샷의 발사대가 지금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게 큰 기계도 아닌데 블럭 숫자가 많다보니 작동 시에 프레임 드랍이...)근래의 얼리엑세스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은 굉장히 좋지 않다. 소위 말하는 '먹튀'형 얼리 엑세스 게임들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게임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유저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얼리엑세스 게임은 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얼리엑세스 게임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게임을 완성시켜 게이머들에게 보답한 돈스타브(굶지마)나 아르마3 같은 선례를 퇴색시키는 더이상의 먹튀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즐겨본 바로는 비시즈는 충분히 좋은 게임이 될 수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이 또다시 '이래서 얼리엑세스는...'이라고 혀를 차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p.s 4족 보행은 어렵다! 꾸당! 꾸당!
'게임 이야기 > 게임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습의 켄 (0) 2015.07.11 추억의 마비노기노기노기... (0) 2015.07.10 픽셀 던전 (Pixel Dungeon) 엔딩! (0) 2015.02.05 [마영전] 라이노토스 코코볼 이펙트 비교 (라데온vs지포스) (2) 2015.01.25 마영전 일기 13 (0) 201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