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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6. 12.(월) 포만감
    일상/잡담 2023. 6. 12. 23:25

     

      비루한 체력으로 인해 퇴근하고 나서 푹 젖은 물걸레마냥 리클라이너에 널부러져 스스로를 놓아버린 듯 한껏 나태하게 지내던 내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소소하지만 충실하게 시간을 보냈다. 시작은 별 것 없었다. 단지 청소기를 돌릴 때가 되어 그 정도 선에서 끝낼 마음으로 시작한 집안일이었다. 막상 시작하고보니 눈에 치이는 것들이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슬 날이 무더워지는 듯 하여 잠자리 이불을 여름용으로 교체하고, 쓰던 이불은 이불 빨래를 돌렸다. 
      에어컨을 켤 정도는 아니나, 더워 죽어도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나로서는 슬슬 씻자 마자 땀이 흐를 것만 같은 날씨이기에 잠들어 있던 선풍기를 꺼내서 세수시켜 주었다.
      본 예정이었던 청소기를 꺼내 구석 구석 돌려주었다. 청소가 끝나고 먼지통을 비우는 김에 쓰레기들을 정리하여 내다 버리고 왔다. 
      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살충약(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서 단지 내 소독용으로 일괄 배부)을 챙겨서 헌 것은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해 주었다. 아니 그런데 개미도, 바퀴벌레도 그들의 더듬이 한짝도 여태 본 적이 없는걸 ...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육전을 노릇하게 지져서 무 간장 장아찌에 곁들여 먹었다. 최근 통 먹는게 당기지 않아 퇴근하고 저녁다운 저녁을 챙겨 먹질 않았는데 간만에 야무지게 먹었다. 먹는게 당기지 않은거지 살이 찌지 않은건 아니니 억울하다만.
      마침 이불 빨래가 마무리가 되어 베란다의 빨래건조대에 팡팡 펼쳐 널어두었다. 
      일련의 집안 소일거리가 마무리되자 마침 8시쯤 되어 나가서 1시간 쯤 걷다 들어왔다.  딱 좋게 어둠이 내려 앉는 시간이기에 후줄근하지만 편한 복장으로 남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훨훨 걸어다니기 좋다.
      죽.뜨.샤를 개운하게 하고 나와 헤드셋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요새 갱신이 뜸했던 일기장에 다시금 일기를 썼고 이렇게 블로그 글도 쓴다. 오늘은 왠지 만년필에 손이 가서 종이에 글을 쓰는 행위가 더욱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유튜브에 일기와 관련하여 검색해보니 미도리 노트라는 것을 추천해줘서 살지 말지 고민이 된다. 

      돌이켜보면 하루가 특별할 것 없는 단지 소소한 일들로 충실히 가득 찼을 뿐인데, 이 가득찬 평범함이 주는 정서적 포만감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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