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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이 많은 날에는 남해에 갑니다
    일상/책장 넘기는 소리 2022. 6. 13. 23:50

      친구가 선물해줘서 읽은 책. 아는 분이 이번에 책을 내셨다고 하여 내게도 한 권 선물하고 싶었댄다. 지금까지 사서 읽은 책들 중에서 여행 에세이에 해당하는 책은 거의 없었기에 이 책은 내 메마른 독서 생활에 신선한 바람과도 같았다. 나는 극내향러에 방콕러, 이불 밖은 위험해 유형의 사람이나 여행은 동경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강박(?) 같은 것이 있어 어디든 맘편히 교통편을 이용하지도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도 못 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인지 대리만족이 고팠던가 즐겁게 술술 읽었다.

     책 제목을 보고서 떠올린 그 남海가 아닌 것이 의외였지만 아무렴 어떠랴. 명소만 바삐 건너다니며 찾아다니는 여행도 나쁘진 않지만 때로는 상업적으로 바래버린 곳보다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곳에서 쉼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는 일전에 유럽 방면을 패지키 여행을 다니면서 명소만을 널뛰기 하듯 여행하며 느꼈던 점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스페인이든 프랑스든 진득하니 한 동네에 오래 머물며 그 곳에서 흐르는 시간 속에 나도 같이 녹아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유럽까지 멀리 나갈 것도 없겠다 싶었다.

     남해라는 지명이 의외면서도 낯설지 않다 싶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초등학교 꼬꼬마 시절에 어머니와 벚꽃 꽃구경을 갔던 남해 대교 근방이었다. 지금도 그 장소를 기억하는 것은 우습게도 아름다운 벚꽃잎이 추억 속에 살랑살랑 날려서가 아니라 굴 때문이다. 탱글탱글한 굴. 남해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굴은 오만상을 구기며 입에도 대지 않던 꼬맹이가 동네 인심 좋은 할머니께서 건네주신 맛있게 쪄놓은 굴을 한 입먹고서 굴 맛을 알아버린 장소라서.

     어쨌든 올 여름엔 게으름 피우지 말고 현관문턱을 넘어볼까... 굴 맛을 알아버린 그 장소로 다시 한 번.

     

     *p.s 상업적으로 바래버린 장소하니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생각난다. 옛날에는 그저 가로수길만이 누가 알아주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것 처럼 봄이면 약동하는 새 잎의 순수한 푸른빛을 담고, 여름에는 파죽지세로 뻗어나가는 울창한 생명의 푸른빛을 담고, 가을에는 저물어가는 노을의 빛을 담고, 겨울에는 앙상하면서도 고요하게 한 밤 중처럼 잠들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관심받고 싶어 열을 올리는 관심종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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